'거위 아니고 오리입니다'… 신세계그룹 '프리미엄 사기' 논란 폭발

 신세계그룹이 연이은 제품 품질 논란으로 위기에 빠졌다. 명품 브랜드 가품 판매에 이어 프리미엄 다운 제품의 충전재 속임수까지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협력사 문제를 넘어 대기업의 품질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에서 판매한 다운 점퍼 13종의 충전재에 고급 소재인 구스다운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다운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스다운은 거위의 솜털로, 덕다운보다 보온성과 복원력이 뛰어나 프리미엄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고급 소재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고가의 가격을 지불하고도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매한 셈이다.

 

신세계톰보이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협력사의 부정행위를 지목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다운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중 한 곳에서 다운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제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 업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품질 속임수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세계톰보이는 홈페이지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품목 13종에 대한 자발적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유통 중인 상품을 회수하는 등 빠른 조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의 신뢰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신세계그룹에서 제품 품질 논란이 번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판매 중이던 '스투시(Stüssy)' 의류가 가품이라는 논란이 한 유튜버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정가 17만 9천원 상당의 제품이 9만 9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품은 유튜버가 정품 여부 판단을 위해 리셀 전문 플랫폼인 '크림'과 '한국명품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두 곳 모두 해당 상품을 가품으로 판정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즉시 중단하고 환불 조치를 진행했지만, 연이은 품질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매장 내외 행사 공간에 협력사가 입점해 판매한 것"이라며 책임을 협력사에 돌렸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협력사 판매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와 검수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태가 단순히 협력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상품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신세계 측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체적인 상품 검수 체계가 소홀했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협력사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품질 관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학 전문가인 이은희 인하대학교 교수는 "회사 차원에서 상품 검수 과정이 미흡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품질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국내 최고 유통기업 중 하나로,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더욱 크다. 소비자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대기업이라고 믿고 샀는데 이런 식으로 속이면 어디를 믿을 수 있겠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세계그룹이 단순한 사과와 환불 조치를 넘어, 전사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한 번 잃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