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새로운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결혼식이나 프러포즈 같은 인생의 행복한 순간만 담아왔던 사진작가들이 이제는 '이별의 순간'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이혼 사진사'라는 새로운 직종의 등장은 중국 사회의 변화하는 결혼관과 이혼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상하이의 베테랑 사진작가 즈웨이의 사례는 이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점이었다. 작년 말, 한 부부로부터 받은 특별한 의뢰는 그의 경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민정국에서의 이혼 수속부터 마지막 산책, 작별 인사까지... 한 커플의 마지막 순간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달라는 요청이었다. 1800위안(약 36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 첫 작품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비슷한 의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의뢰인들의 특징이다. 대부분이 30-35세 여성층이라는 점은 중국 내 젊은 세대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금기시되던 이혼을 하나의 인생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진작가 샤오자오의 경험은 더욱 흥미롭다. 그는 이혼 촬영 의뢰를 줄이고자 기존 가격의 1.5배를 불렀지만, 오히려 더 진지한 고객들이 찾아왔다. "이혼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미래의 자신들이 과거를 돌아볼 때 필요한 기록"이라고 설명하는 고객들의 태도는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혼 사진 문화가 이혼을 미화하거나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즈웨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박한다. 그가 만난 대부분의 커플은 가족의 지지 부족이나 경제적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평화로운 이별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즈웨이는 "신혼부부의 행복한 순간을 담는 것보다 이별의 순간의 상심한 표정을 담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토로하며, 재결합을 위해 돌아오는 커플에게는 반값 할인을, 촬영 취소에는 더 큰 환영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결혼·이혼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중국의 이혼 커플은 2만 8천쌍이 증가한 반면, 혼인신고 건수는 4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사회가 겪고 있는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